지금쯤이면 인터넷에서 백번 쯤은 봤을 글 장르가 있습니다. 바로 AI와 미래에 관한 글입니다. “AI는 당신을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AI 사용자는 당신을 대체할 것이다” 따위의 제목을 달고 있는 것들이죠. 죽죽 스크롤을 내리고, 고개 몇 번 끄덕이고, 본 거 또 보네 하고 탭을 닫습니다.
왜 이런 일이 계속되는지 우리는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AI 때문에 개발자 다 망했다? 개발자라면 필독!
요즘 챗지피티, 코파일럿, 커서AI… 진짜 코드를 너무 잘 짜는데 솔직히 저도 가끔씩 소름 돋았어요.
“그럼 나 이제 필요 없는 거 아니야?” 개발자 커뮤에서 이런 말 요즘 진짜 많이 보이죠. 주니어들은 취업길이 막막하고, 시니어들도 슬슬 불안하고, 개발팀 줄이는 회사들도 생기고 있고요.
근데 AI가 짜주는 코드 보면 시키는 건 잘 하는데 그 이상을 못하죠. 지금 AI가 잘하는건 단순반복, 보일러플레이트, CRUD 구현 정도고, 요구사항 분석, 아키텍처 설계, 장애 대응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죠. 그게 개발의 핵심이기도 하고요.
솔직히 말하면, AI가 개발자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개발자를 대체하는 거죠. 저런 간단한 건 AI가 다 해버리니까 포지션 자체가 바뀌는 거지 개발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죠. 포토샵 나왔을 때 디자이너가 없어진 게 아니라 포토샵 못 쓰는 디자이너가 없어진 것처럼요.
그러니까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것:
- 코파일럿, 커서같은 AI 툴들 일상적으로 써보기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감 익히기
- AI가 짠 코드 리뷰하는 눈 키우기
도구를 쓸 줄 아는 것과 도구를 제대로 쓸 줄 아는 건 다르니까요.
변화 무섭다고 멈춰 있다가 뒤쳐지면 그게 더 무서운 것 아닙니까. AI 잘 쓰는 개발자가 다음 시대에 살아남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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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으십니까?
위의 글은 AI로 생성한 글입니다. 프롬프트 하나 던져주고 4초만 기다리면 완성됐죠. 하지만 중요한 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이런 글을 쓰는 데 AI를 동원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이런 글은 사람도 똑같이 쉽게 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템플릿을 너무 잘 따라서 누가 썼는지 따위는 부차적인 문제조차도 되지 않으니까요.
1. 클릭 유도
“AI가 모든 걸 바꾸고 있어요.”
2. 불안 유발
“개발자는 사라지게 될까요?”
3. 안심시키기
“꼭 그렇진 않아요.”
4. 변곡점
“하지만 역할은 완전히 달라질 거예요.”
5. 조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AI 툴을 익혀두세요.”
6. 기깔나는 마무리
“미래는 적응하는 사람의 것이에요.”
이건 빈칸채우기식 글쓰기입니다. 프로그래머를 디자이너, 마케터, 변호사 같은 걸로 바꿔도 글은 똑같이 먹힙니다. 그리고 이 지점이 바로 문제입니다. 악수하는 스톡 사진과 똑같이 먹힌다는 거죠. 허전한 공간을 채웁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전달하지 못합니다.
AI 생성물(흔히 ‘AI 슬롭’이라 부르는 것)에 관한 이야기는 기계 편에서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딸깍 하고 쏟아내는 글들이 검색 결과와 SNS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죠. 이건 큰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의 원조 문제, 사람 편에서의 문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인간 슬롭’이라고 불러둡시다.
인간 슬롭은 인간이 작성했지만, 이런 뻔한 공식을 따라 작성해서 AI로 만든 것보다 가치있는 내용을 전달하지 못하는 컨텐츠입니다. 이런 컨텐츠는 LLM이 등장하기 전부터 넘쳐났죠. 링크드인의 ‘생각 리더’ 글, ‘혁신’을 열네번이나 언급하지만 뭘 하겠다는 건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기업 키노트, 다 아는 상식을 복붙하고 자신의 어마무시한 통찰인 양 자랑스럽게 포장한 트렌드 기사 같은 것 말이죠.
위의 템플릿은 없는 걸 지어낸 것이 아닙니다. AI가 우리한테서 배운 거죠. LLM은 인간이 작성한 거의 모든 글이 들어간 거대한 말뭉치를 학습한 거울과 같은 물건입니다. 그리고 이 거울이 비추는 건 이 말뭉치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끼어 있느냐죠. 이런 공식에 따라 만든 AI 글은 인간이 만들어 낸 원조를 따라 만든 글일 뿐입니다.
이건 이야기할 거리가 충분한 주제입니다. 일반적인 AI 생성물 이야기의 프레임과 반대이기 때문이죠. AI가 인터넷 글의 질을 떡락시킬 두려움 말입니다. 하지만 인터넷 글의 대부분은 — 특히 현업과 생각리더십 분야에서 — LLM이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빈칸채우기 판이었습니다. AI가 없는 문제를 만들어낸 게 아닙니다. AI는 이미 존재하는 문제를 아주 빠르게 대규모로 증식시켜 아주 잘 보이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이런 AI의 본질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꺼내지 않을 수 없게 하죠.
기계가 4초만에 만들어낼 수준의 글이 도대체 무엇을 더하는가?
인간 슬롭은 정크푸드가 계속 살아있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살아남습니다. 정크푸드는 영양가 없이 식욕을 충족시켜주니까요. 여기에서 식욕은 “통찰을 향한 갈망”으로 치환해야 합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에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있다는 그 감정 말입니다. 불안-안심-조언으로 이어지는 여섯 단락짜리 글은 이 식욕을 만족시켜 줍니다. 그 조언이 아무 시대의 아무 직종에서도 통할 정도로 뻔하다 할지라도 말이죠. (“적응하지 않으면 뒤쳐진다”)
이러한 글은 또한 안전한 선택지이기 때문에 살아남습니다. 어느 한 편을 드는 것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5년 이내에 자동화될 스킬이다. LLM의 비즈니스 사용례는 오류 수정 비용을 고려할 때 생산성에 순손실을 초래한다 — 은 반론을 불러오고, 증거를 요구하고, 틀릴 위험을 감수하게 합니다. 빈칸채우기는 이런 모든 문제를 회피하게 해줍니다.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모든 위험을 비껴가며 자기계발서식 결론에 다다릅니다. ‘미래는 적응하는 자의 것’이란 말에 토를 달 사람은 없습니다. 여기서 새로운 것을 배울 사람도 없지요.
인간 슬롭이든지 AI 슬롭이든지의 해독제는 누가 글을 썼느냐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글이 제목만으로는 추측할 수 없는 무언가를 담고 있냐에 달렸지요. 이것은 구체성을 함의합니다. 실제 수치, 명시된 트레이드오프, 문서화된 실패, 그리고 뻔한 결론 말입니다. 이는 반증할 수 없는 것 대신, 틀릴 수도 있는 것을 기꺼이 말할 용기를 말합니다. 여섯 줄짜리 템플릿으로는 생성될 수 없는 것들을 작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공식으로 담기는 것을 거부하는 진짜배기 아이디어이기 때문이죠.
이 모든 것은 새로운 조언이 아닙니다. 능력 있는 작가들은 이미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죠. 하지만 LLM의 등장은 진짜배기 글쓰기와 빈칸채우기를 당장 와 닿는, 거의 경제의 문제라 할 수 있을 질문으로 바꿔놓았습니다. 당신이 쓴 글이 AI 모델이 4초만에 생성한 것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라면, 시장논리는 당신의 글에 그에 맞는 값어치를 매길 것입니다. 인간이 썼다는 건 논의할 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불편한 결론은 AI 슬롭과 인간 슬롭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둘은 같은 문제입니다. 기계 쪽이 더 값쌀 뿐이죠.